환희의 인간
- 크리스티앙 보뱅
p38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우리는 달라진다. 우리가 보는 그것이 우리 자신을 드러내고, 이름을, 진정한 자신의 이름을 부여한다.
p40 그 아이와 비슷한 나이 때 술라주는 눈이 내린 풍경을 모두 검게 칠했다. 나는 내 앞에 있는 아이를 이해한다. 어린아이였던 술라주도 이해한다. 그러나 아무것도 설명할 수가 없다. 설명으로는 결코 이해시킬 수 없다. 진정한 깨달음의 빛은 누군가가 결정할 수 없는 내적 분출인 영감에서만 올 수 있는 것이다.
p76 이 메마른 사막 속에서 난 사랑을 기다리며 글을 썼다. 사랑이 올 수 없는 불가능 속에서 사랑이 오는 것을 기다리며 글을 썼다. 밤보다 더 격렬한 단어로, 밤보다 더 어두운 단어로 글을 썼다. 밤이 지나가길 바라면서, 더 깊은 어두움으로 밤이 흩어지기를 바라면서. 그러던 내가 지금은 사랑 안에서, 밝은 빛 안에서 글을 쓴다.
p84 단 한 편의 시라도 주머니에 있다면 우리는 죽음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. 읽고, 쓰고,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하는 삼위일체다.
p97 책이란 등대의 불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. 책은 황폐한 우리 머릿속 궁전에 불을 켜줄 뿐이지. 그렇지만 글은 죽음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. 그건 확실해. 내가 사흘 밤낮을 들여서 알아낸 사실이야.
p103 사실, 난 가끔 내가 정상인지 의문스러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. 대답은 늘 아니오, 이다. 하지만 나는 이 대답이 걱정스럽지 않다. 중요한 건 우리 눈의 창에서 터져 나오는 기쁨이 가진 힘인 것이다. 한번 나타나기만 하면, 단 한 번만이라도 나타난다면 모든 것을 구원받는다. 그렇다면 두 번은 어떻겠는가.
p128 서투름으로 붉어진, 상처 입은 삶만큼 진실한 것을 본 적이 없다.
p129 아름다움에는 부활의 힘이 있다.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.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천국에 들어서지 못하는 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, 오직 그 이유 때문이다.
고요함, 천사가 보내준 이 선물을 사람들은 더는 원하지도, 열어보려고도 하지 않는다.
p159 어둠이 짙어져야만 별은 드러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