로맨스는 별책부록 눈물을 많이 흘린 날이었다.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인생을 구원한다는 어린 시절 동화는 그저 동화일 뿐이란 걸, 뼈가 저리게 느낀 날이었다. 그 추운 날 당신이 손을 내밀었다. 별것 아닌 듯, 아무렇지 않게 뻗은 손엔 온기가 있었다. 우리는 모두 서가에 꽂힌 책과 같은 존재다. 누군가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, 누군가 내 안을 펼쳐봐 주기를 기다린다.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내 안에서 자신만의 문장을 찾아내 간직하기를 바란다.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신에 달이 아름답다고 말했다. ‘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야?’ 묻고 싶었지만 노래를 불러 달라고 말했다. 그런 밤이 있다. 마음을 감춘 채 다가가고 싶은 밤. 말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밤. 남은 내 인생은 반짝이..